김건희 여사가 23일 오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배우자인 레이철 루토 여사와 환담했다. 이번에도 풀(대표 취재) 기자 없이 대통령실 전속 촬영 담당자만 동행한 채 진행됐다. 환담 결과는 서면 브리핑으로 전달됐다.

김 여사의 캄보디아 프놈펜 일정을 둘러싼 ‘조명 동원’ ‘콘셉트 촬영’ 논란은 대통령실의 형사고발 조치로 확전 했다. 계속된 비공개 행보로 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점이 논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는 이날 루토 여사와 환담에서 동물학대 금지, 기후변화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부대변인에 따르면 루토 여사가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 비결을 묻자 김 여사는 한국 국민의 부지런함과 단결성, 교육에 대한 열정 등을 말했다.
김 여사는 또 새마을운동을 소개하며 최근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새마을운동을 도입하려 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이어 40년 만의 최악이라는 가뭄으로 힘들어하는 케냐 국민과 동물들에 대해 언급하며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같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루토 여사도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를 표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했다.
이처럼 비공개·사후 통지 형태로 이뤄지는 김 여사의 일정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김 여사의 프놈펜 심장질환 소년 방문 일정과 관련해 ‘빈곤 포르노’ ‘콘셉트 촬영’이라고 비판하고 조명을 사용해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형사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장 최고위원이 ‘가짜 뉴스’로 국익을 훼손했다는 입장이지만, 전속 일정으로 일관하는 김 여사의 행보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취재진 접근이 허용되고, 공개적으로 취재·보도가 이뤄졌다면 그 같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줄었을 거란 이야기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심장병 소년 관련 일정 비공개에 대해 “상대 쪽에서 부담을 느낀다” “개인적인 치료, 회복 등을 위해 의료진과 상담하는 내용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해명과 별개로 최근 김 여사 대외 행보 전체가 형식과 성격을 불문하고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김 여사의 캄보디아 프놈펜, 인도네시아 발리 일정은 모두 취재진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김 여사가 대외 행보를 재개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3일 김 여사가 전날 ‘양천 아동 학대 사망 사건’ 2주기를 맞아 경기도 양평 묘역을 참배했다고 알리고, 대통령실 전속 촬영 담당이 찍은 것으로 추측되는 사진을 제공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역시 전속 촬영 동반으로 대한적십자사 바자 행사 일정이 진행됐고, 그 사이 김 여사가 지난 8월 경기도 성남의 노숙인 자활시설 ‘안나의 집’에서 배식 등 봉사활동을 했다는 소식이 안나의 집 측을 통해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후 언론 공지 형식으로 김 여사가 안나의 집 봉사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김 여사는 양평 묘역 참배 전까지 3개월가량을 일정을 최소화하며 잠행해왔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민간인 동행, 사적 채용 등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대외행보 재개 후 모든 일정을 전속 동반으로만 소화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