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설문조사] 국민의힘 96% “정당한 수사”… 민주당 98% “정치보복”
0.73% 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난 대선 이후 한국 정치권은 끝없는 대결의 정치를 반복했다.
특히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면서 여야 국회의원 간 인식의 괴리는 더 이상 좁히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여야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서 여야 의원 170명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국민의힘 의원 67명, 민주당 의원 97명, 비교섭단체(정의당·시대전환·무소속) 의원 6명이 국민일보의 설문조사에 응했다.
이 결과,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소속 정당에 따라 확연히 반으로 갈라져 있다는 분석이 사실로 재확인됐다.
이 대표 수사 등을 둘러싼 여야 정치인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일보는 이번 국회의원들의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한국 정치의 발전을 막고 있는 ‘3대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할 계획이다.
국민일보는 △수사 문제로 인한 국론 분열 △가짜뉴스 △양극단의 지지세력을 한국 정치의 ‘3대 늪’으로 지목하고, 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취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소환조사는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일보는 여야 의원들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정치보복에 해당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응답의원들 가운데 95.5%는 ‘정치보복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치보복 여부와 관련해 ‘전혀 그렇지 않다’(92.5%)와 ‘대체로 그렇지 않다’(3.0%)로 응답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의 절대 다수(97.9%)는 ‘정치보복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 수사에 대해 민주당에서 친명(친이재명)계가 강조해 온 이른바 ‘단일대오’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탈 세력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여야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이 대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응답한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매우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73.2%로 조사됐다.
다만, ‘일부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한 민주당 의원들의 비율은 24.7%였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92.5%가 정치보복과 관련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강한 부정 답변을 택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소속당의 입장과 다른 응답을 한 의원은 각각 1명이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치보복과 관련해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일부 그런 측면이 있다’고 정치보복 성격이 있다고 답했다.
‘모르겠다’를 선택한 의원은 민주당 1명, 국민의힘 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민일보는 또 여야 의원들에게 ‘윤석열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문재인정부 관련 수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과거 빚어졌던 정치보복 논란과 비교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85.1%는 ‘정치보복 성격을 느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를 세분화하면, ‘정치보복 성격을 전혀 느낄 수 없다’(80.6%), ‘정치보복 성격이 조금 약해졌다’(4.5%)는 응답이 돌아왔다.
국민의힘 응답의원 가운데 5명은 ‘전 정부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98.0%는 ‘정치보복 성격이 강해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답변을 역시 세분화하면,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대다수는 ‘정치보복 성격이 매우 강해졌다’(91.8%)고 밝혔다. ‘정치보복 성격이 조금 강해졌다’는 응답 비율은 6.2%를 기록했다.
민주당 응답의원들 가운데 ‘전 정부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 ‘정치보복 성격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답한 의원은 각각 1명이었다.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복수 답변)에도 여야 의원들의 의식은 정반대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의 압도적 다수(95.5%)는 ‘야당 대표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고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해야 한다’는 답변을 선택했다.
‘국민 여론이 분열될 가능성을 감안해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답한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은 4.5%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 응답의원들의 절반 이상(54.6%)은 ‘정치보복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검찰이 아닌 특검에서 다뤄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부터 여러 차례 ‘대장동 특검’ 도입을 요구했던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의식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 많은 민주당 의원의 선택을 받은 답변은 ‘국민 여론이 분열될 가능성을 감안해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민주당 응답의원들 가운데 28.9%가 ‘안타깝게도 현 단계에서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수사 방식이 없으므로 정치보복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같은 답을 선택한 국민의힘 응답의원들은 5명(7.5%)에 불과해 민주당 의원들의 사고와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야 모두 집권해 본 경험이 있고, 또 정치보복이 어떻게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당연한 일”이라면서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새로운 집권세력이 사정의 칼을 휘두르면 현실적으로 저지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이어 “국민일보의 이번 국회의원 설문조사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 이후 분열된 국론을 어떻게 봉합할지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야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44.3%) 선택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응답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3명 가운데 1명 정도(28.4%)가 ‘법치국가에서 법대로 수사하는 데 국론분열이 발생한다는 시각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의 40.3%와 민주당 의원의 33.0%는 ‘법적 시시비비는 법정에 맡기고, 언론·정치권은 수사를 확대해석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