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칼 앞세워 여론 틀어막은 왕… 윤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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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칼 앞세워 여론 틀어막은 왕… 윤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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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칼 앞세워 여론 틀어막은 왕… 윤 대통령은?

 


방민지구(防民之口)

지난해 11월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현업 언론단체가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국 고대의 주나라 여왕(厲王)은 폭군으로, 독단적이며 잔혹하고 무도하였다. 백성들이 그를 반대하여 여론은 그를 연일 비판했고, 지혜로운 신하인 소목공은 백성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폭정을 멈추라며 여러 차례 간언했지만, 여왕은 그런 간언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히려 여왕은 위나라에서 귀신처럼 용하다는 무당을 초빙하여 그의 ‘귀신같다는 술수’(神術)로써 백성들 가운데 누군가 왕을 비난한다고 이 무당이 주장하면 즉시 그를 잡아들여 처형하는 등 되레 폭정을 강화했다.

 

 

 

 

 

 

 

 

 

 

 

 

 

 

주 여왕이 이렇게 불평하는 백성들이 누군지 귀신처럼 알아낸다는 무당과 칼을 앞세워 백성들의 여론을 일방적으로 억누르자, 아무도 감히 불만스러운 말을 입 밖에 내놓지 못했다. 주 여왕은 매우 의기양양하여 소목공에게 “이봐, 지금 세상이 얼마나 조용하고 태평한가! 아무도 나에 대한 불평을 말하는 이가 없지 않으냐!”라고 큰소리쳤다. 그러자 소목공은 여왕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하천을 틀어막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강이 막혔다가 터지면,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합니다. 백성들의 말도 강물과 같습니다. 따라서 물을 다스리는 사람은 물길을 터주어 물이 저절로 잘 흘러가도록 해야 하며,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잘 이끌어야 합니다.”(防民之口, 甚于防川, 川壅而潰, 傷人必多, 民亦如之. 是故爲川者, 决之使導, 爲民者, 宣之使言. <국어>)

 

 

 

 

 

 

 

 

 

 

 

 

언론 대하는 태도 보여준 ‘네 가지’ 장면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전의 문헌조차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하천을 틀어막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의 ‘방민지구 심우방천’(防民之口 甚于防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언론에 대한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백성들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은 주나라 여왕에 대한 기록이 오버랩되어 입맛이 씁쓸하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 <문화방송>(MBC)이 ‘비속어 발언 논란’을 보도한 이후, 문화방송 기자의 대통령 순방기 탑승 배제라는 조처를 내놨다. 대통령실 입맛에 맞도록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후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문화방송 기자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질문하는 과정에 논란이 일자, 해당 기자를 징계하려는 목적으로 출입기자단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고, 기자실 쪽에 가벽까지 설치했다.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향한 ‘보복성 조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통령실과 또 다른 언론사 사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와이티엔>(YTN)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국정과제 점검회의 사전 리허설 장면을 무단 녹화한 뒤, 이를 자사 대표 프로그램의 하나인 ‘돌발영상’으로 제작, 송출했다가 삭제했다. 대통령실은 “허가되지 않은 사전 리허설 장면 녹화에 더해 생방송 장면과 교차 편집해 마치 사전 각본에 따라서 생방송이 진행된 것처럼 왜곡시켰다”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와이티엔에 무단 녹화에 대한 ‘법적 대응’과 출입기자단 ‘징계 요청’ 등 강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반면 와이티엔은 공식 입장문을 내어 “주요 방송사 중계 풀의 내부 지침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영상으로 제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삭제 조치했다”며 ‘절차상의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이를 “언론에 대한 겁박이자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걸핏하면 ‘법적 대응’이나 ‘언론사 징계’를 꺼내 드는 정부의 태도가 우리의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대통령실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 힘도 언론을 상대로 비슷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 힘은 지난 22일 방송사 11곳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 패널 구성의 공정성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나 여당을 비판하는 패널을 향해 “대통령에 대해 비아냥거리고 여당을 욕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자처하느냐”며 이들은 ‘보수 참칭 패널’, ‘자칭 보수 패널’이라고 주장했다. 너무나 노골적이고도 어설픈 언론 장악 시도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보수 정권의 대통령을 비판하면 “보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정부·여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아예 귀를 틀어막겠다는 태도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뿐 아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이 112석 중 76석으로, 반이 넘는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등의 주장을 들어, 서울시 조례를 통해 티비에스에 대한 지원금 전액을 삭감하는 결정도 내렸다. 티비에스의 정상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만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를 빚어냈다.

 

 

 

 

 

 

 

 

 

 

 

 

분별없는 위정자 따라가선 안 돼

<더탐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도 논란거리다. 언론 보도 문제로 공권력을 동원해 더탐사 소속 기자 등의 사무실과 자택을 수차례 압수수색한 것은 어떻게 봐도 정상적인 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방식의 공권력 행사를 볼 때마다, 앞서 얘기한 고대 중국 주나라의 무자비하고 분별없던 여왕을 떠올리게 된다. 어리석은 권력자들이 백성들의 비판과 쓴소리를 듣기 싫어 입을 틀어막고 싶겠지만, 그 결과는 틀어막았던 물길이 터져 나오는 것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소목공의 충고를 마음에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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